<글 싣는 차례>
①설악권 펜션·민박산업화 현주소
②농어촌민박법 개정의 허와 실 진단
③선진민박법 제정을 위한 실질적 대안
1993년 우리나라에서 민박업이 처음 시행된 후 지난 2005년 제정한 농어촌민박법은 이전의 도심중심의 관광패턴에 따른 숙박형태를 농어촌 등 지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당시에는 선제적으로 만든 법이지만, 12년이 지난 현재는 급변하는 관광패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족쇄로 전락하고 있다.
당시 농어촌의 관광산업은 걸음마단계여서 정부가 농어촌민박을 유도할 경우, 주민들의 부가적인 소득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제정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농촌의 겨울과 봄, 어촌의 초겨울과 늦봄은 비수기로 농어촌민박이 이를 대신하며 일정한 부가소득을 올리는데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
이런 추세를 감안한다면, 농어촌민박법은 지난 2007년 1만4,805명이던 사업자가 2012년 두 배가 넘는 2만1,971명으로 급속하게 늘어날 때 새로운 관광패턴에 맞춰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하는 개정이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숙박업 전체의 55%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화를 견인하고 있는 농어촌민박이 70% 이상 영세성을 못 면하고 있는 데는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농어촌민박법의 독소조항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2017년 9월부터 농림식품부가 주관해 농어촌민박제도를 손질하겠다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사업자에게 없던 실 거주기간을 2년 이상으로 강화하고, 규모를 초창기 법 제정 당시 230㎡ 이하의 전체 주택용으로 한정하며, 위생시설은 숙박업에 준하는 기준으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소방서 및 타 지자체 등과 관련기관 합동으로 반기별로 1회 이상 지도·점검을 실시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행정정보시스템인 새올에 민박자료 관리 기능을 추가해 신고·운영·점검 등을 행안부와 실시간 합동으로 관리하겠다는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개선방안은 결국, 민박법과 숙박법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펜션은 최근 여행자들의 핫한 트렌드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강화한 규제에 더 묶이는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영업 중단·재산권 행사 악영향
이 법이 시행되면, 현재 민박업소를 매매할 경우에는 새 주인이 2년 동안은 민박지정서를 받을 수 없어 영업을 할 수 없는데다,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민박업소 전체가 주택용으로 지정되면 현재 주택과 상가 또는 그린생활시설이 함께 있는 건물은 민박업으로 등록할 수 없어 영업은 고사하고 재산권에도 많은 악영향을 받게 된다.
숙박업에 준하는 위생기준 마련 또한 현재 대부분의 민박이나 펜션이 숙박업소보다 위생이나 청결상태가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준을 숙박시설에 준할 정도로 엄격하게 적용하면 공중위생법 적용과도 같아 규제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자율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민박·펜션을 상시 감시체계로 운영한다는 발상은 형태나 위치, 내용이 각기 다른 민박업의 자율시장 경쟁체제를 부정하고, 행정의 편리성만 강조하는 모순된 의견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농어촌민박법의 개정은 국내외 여행자들의 수요에 맞추는 합리적 제도가 아니라, 정부가 우후죽순 양산한 민박업을 규모화 한다는 명분 아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게 민박업계의 진단이다.
이런 명분을 뒷받침하듯 농림식품부는 전국적인 민박·펜션업계의 현장에서는 농어촌민박으로 신고한 후 불법 증축과 무단 용도변경을 통해 불법리조트와 펜션형태의 숙박시설이 운영되고 있고, 선의의 농어촌민박 운영자들과 달리, 일부 도시민들이 단기간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농어촌민박 표시가 없어 소비자의 알권리 및 선택권을 침해하고, 담당공무원들의 역량부족 및 현장 실사 미흡으로 불법행위 방지에 어려움이 크다고 규모화 및 규제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애당초 정부가 농어촌민박법을 관광패턴 변화라는 흐름을 간과하고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을 미뤄오다, 급격하게 비대해진 민박·펜션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규모화를 명분으로 오히려 규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라고 업계는 항변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 의견만 묻고 추진” 문제
이와 관련, 한국민박생존권확보투쟁본부는 농어촌민박법 개정을 위해 농축산식품부가 전국 현황을 세밀하게 전수 조사하지 않은 채, 시·군 민박담당자들에게만 의견을 물어 전국적인 상황인 듯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민박·펜션업계는 “김영삼 정부 때 우루과이 라운드를 계기로 농업이 개방화되면서 농어촌소득 보존방안의 일환으로 탄생한 민박업이 이후 각 정부 때마다 정확한 현실 점검이나 인식 없이 그때마다 임시방편적으로 개정하다보니, 현재의 다양화되고 있는 여행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악법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관광입국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자기 발을 찍는 독소조항으로 족쇄를 묶을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유연하고 세분화한 맞춤형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부를 질타했다.
정부는 이처럼 전국 민박·펜션업계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우수 농어촌민박을 발굴해 차별화 및 고급화에 나서고 이용 유도를 위해 발굴한 우수 농어촌민박이 지역단위 농촌관광, 한국형 농촌힐리스테이 사업 등과 연계 활용되도록 접근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박 영업활동의 우수사례에 대해서는 매년 안전·소방, 위생, 서비스교육 시에 사례발표 및 포상으로 모범사례를 전파하고, ‘웰촌’ 포탈사이트 및 에어비엔비 등 해외 숙박예약시스템에 우수농어촌민박 등재·홍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자율시스템과 창의적인 건축 등으로 갈수록 새로운 숙박형태를 요구하는 국내외 여행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행정편의와 관리편의 등 다분히 행정중심의 잣대로 관련법을 손질할 경우, 오히려 관광활성화는 고사하고 기존에 정상 운영하는 사업자들까지 혼란만 부추기며 불법운영자만 양산할 수 있어 정확하고 합리적인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김주현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민박업 개정 내용 중에서 규모를 전체 주택의 230㎡ 이하로 규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반하는 정책으로 손꼽힌다. 이럴 경우, 늘어나는 여행자들의 수요에 맞는 시설들이 운영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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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설인석 양양군민박펜션협회장
“전국 공청회 열어 공감대 형성해야”
설인석(사진) 양양군민박펜션협회장은 “정부가 법을 개정해 양산해 놓은 농어촌민박산업을 관리가 힘들다는 행정중심적 발상으로 규제강화를 통한 규모화를 한다면 이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다양화된 여행수요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농어촌민박이라는 분야는 자율경쟁 속에서 고급화나 맞춤형이 정착되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양성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정부의 개정 분야 중에서 홍보나 표시제 등은 지자체별로 시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모순”이라며 “국회가 나서 전국 농어촌민박업계와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갖고 공감대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농축산식품부의 안일한 발상은 우리나라의 관광패턴을 과거로 되돌리는 커다란 우를 범하는 것이므로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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