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설악권 펜션·민박산업화 현주소
②농어촌민박법 개정의 허와 실 진단
③선진민박법 제정을 위한 실질적 대안
국내외 여행의 패턴은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그에 따른 숙박 형태 또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농어촌민박은 기본이고, 펜션과 관광펜션, 모텔, 고급호텔, 레지던스 등 나날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행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로 손꼽힌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농어촌민박과 맞춤형 펜션 등을 글로벌 여행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바로 에어비앤비로, 농어촌민박과 그에 속한 펜션이 이 시스템을 통해 진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농어촌민박법은 그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 법 개정에 나서고 있어 사업자들로부터 커다란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농어촌민박법이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도시형민박으로, 중소도시 이상의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도심민박을 선호하고 있어 최근 인기 있는 숙박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여행패턴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민박사업자들은 현실에 걸맞은 농어촌민박법 개정은 못할망정 정부가 퇴보하는 민박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가칭)한국농어촌민박협회를 구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농어촌민박협회는 당초 이 법의 제정 목적이 잉여 주택시설을 이용한 농어민의 부업소득 방안으로 시작돼 현재는 농어촌의 주력 관광산업으로 커지고 있지만, 비현실적인 법령과 관련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인식 부족 및 탁상행정으로 인해 역행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박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의 료칸 전통민박이나 프랑스·독일·영국의 펜션 등의 성공적인 사례를 참고해 10년 후를 내다보는 선진민박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학계, 업계, 국회가 공동으로 선진민박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민박선진화 방안’을 공동연구과제로 선정해 올 상반기 중으로 세부안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와 민박업계의 소통창구 부재로 탁상행정이 초래된 만큼 향후 상호 협력기구를 만들어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선진민박법 골격은 일본의 료칸 전통민박 지원육성법을 참고할 경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박산업화 지원·육성·확대해야
일본은 정부가 1964년 도쿄하계올림픽부터 전통민박인 료칸 지원육성법을 제정해 체계적으로 료칸을 발전시켜온 결과, 지금은 글로벌 관광객들로부터 만족도 높은 숙박형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을 방문해 료칸을 이용하는 우리나라 관광객 수가 매년 26%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호텔이나 리조트급 이상에 묵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료칸을 비롯한 전통민박의 지원·육성·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우리나라는 방치·단속·억제 중심으로 가고 있어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바캉스의 발상지인 프랑스 역시, 정부가 민박 프랜차이즈 지원 장려 정책 등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유럽의 대표적인 여행 잠자리를 제공하며 농촌체험관광의 모범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민박생존권 투쟁본부는 국민생활수준 향상과 이에 따른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합리적인 민박선진화법 개정 등 특단의 민박품질 개선으로 국제화 수준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어촌 숙박시설을 체험마을숙박과 관광민박으로 이분화 △규모의 현실화로 수요자 중심의 시설 개선 △한옥을 비롯한 우리고유의 특화한 숙박문화 정착을 통해 외국인 선호품질 향상 △정부의 전담부서 설치와 지원이 거시적·미시적으로 뒷받침되는 제도 개선 △정부와 민박사업자 대표단체와 공식적인 상생 업무협조기구 설립 △정부와 학계, 업계 공동연구 민박선진화 법령 개정 등 합리적인 선진민박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농어촌민박법 독소조항 삭제해야
민박사업자들은 현행 농어촌민박법의 요건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유연성을 가미해 자율적인 운영에 나서도록 뼈대를 다시 갖춰나가기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 개정을 추진 중인 민박시설 규모 230㎡ 미만의 건축물 중 전체가 주택용일 때만 민박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제하지 말고, 민박사업자의 실 거주기간을 2년 이상으로 개정하는 것 또한 법적인 문제까지 불거지게 하는 만큼 독소조항으로서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민박생존권투쟁본부는 “정부가 정말로 농어촌민박의 활성화와 합리적인 운영을 바란다면, 독소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하고, 농어촌민박의 바람직한 산업화를 위한 협의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계나 전문가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농어촌민박법의 일률적인 개정보다는 지역특성이나 관광특화 속도 등을 감안해 지역별로 유연성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실례로 제주도나 강원도의 경우에는 도심민박과는 여행형태나 숙박형태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같은 조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강원도는 2018평창올림픽 후에 올림픽 유산을 거점으로 하는 후속 관광산업화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보다 완화하거나 지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만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국의 민박사업자수가 3만5,000여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강원도가 가장 많은 5,341명인 가운데 현행법에 의거해 부적합으로 미등록한 업소가 1만여개에 달할 정도로 현재의 농어촌민박법 체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의 민박사업자들은 올바른 산업화의 방향성을 잡아가기 위해서는 부적합 업소의 양성화가 가능하도록 한시적 등록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전국적인 공청회를 열어 새로운 선진민박법 개정 공감대를 형성한 후 정부와의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양산해 놓은 농어촌민박이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규제 일변도의 관련법 개정 양상으로 흐르는 사이, 지역의 관광산업화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절실한 형편이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농어촌민박사업자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법 개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앞으로 더 많은 면적을 필요로 하는 펜션의 안내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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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설인석 양양군민박펜션협회장
“민박법 개정 현장 목소리 담는 과정 필요”
설인석(사진) 양양군민박펜션협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농어촌민박이 당면한 한계는 합리적인 법 개정으로만 해결이 가능한 만큼 정부가 선진민박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하고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담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칫 규모화라는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하게 된다면 농어촌의 관광산업화는 20년 전으로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 회장은 “현재 국회에서도 농어촌민박법의 모순과 비현실적인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들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농어촌민박이 변화하는 여행 패턴에 부합해 우리나라의 지역관광을 한 단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민박법의 합리적인 개정은 우리나라 관광산업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나가는 동시에 입법 과정에서의 소통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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