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속초 관광지 곳곳이 벌써부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수욕장, 해안가, 속초관광수산시장 등 관광객이 붐비는 곳마다 쓰레기가 무단 투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11시경, 속초관광수산시장 내에서 대거리 소리가 들렸다. 청소부와 시장 상인 간의 언쟁이었다. 시장 한구석에 무단 투기돼 끊임없이 쌓이는 쓰레기가 발단이었다. 1회용 음료수 컵, 먹다 남은 음식물, 닭강정 박스 등등 많은 쓰레기들이 뒤엉켜 있었다. 청소부는 상인들도 상점 앞 쓰레기 무단 투기에 신경을 써 달라 하소연했고, 상인은 쓰레기 수거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불만을 털어놨다. 언쟁을 벌이는 두 사람의 잘못이기보다 함부로 버려져 끝없이 쌓이는 쓰레기가 원인이어서 논쟁은 별다른 결론 없이 이어졌다.
설악대교 밑 아트플랫폼 갯배 주변도 거의 매일 쓰레기 불법 투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예술인들과 청호동 주민들이 함께 만든 야외 설치 미술작품 ‘봉인된 시간’의 내부 공간은 마치 쓰레기집하장처럼 각종 오물들이 쌓여 있을 때가 자주 있다. 아트플랫폼 갯배 인근에는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데 낚시용품처럼 이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들이 적지 않다. 이 인근에는 요즘 평일 대낮에도 벌써부터 행락객들이 가득하다. 지난 2일 오후 4시경 아트플랫폼 갯배 담벼락에는 버너로 라면을 끓이고 있는 이들이 대여섯 명 정도 됐고, 거기서 몇 발자국 앞에서는 소주를 마시는 이들도 있었다. 대중가요를 시끄럽게 틀어놓고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그 옆 설악대교를 받치는 기둥 주위에는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아트플랫폼 갯배 심삼옥 사무국장은 “주변 환경을 어지럽히는 분들에게 호소해보기도 하지만 오히려 여가를 즐기러 왔는데 이 정도는 어떠냐는 분들이 많다”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속초해수욕장의 쓰레기 문제 또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 초여름 더위에 바닷가를 찾는 인파가 늘면서 개장도 하기 전부터 속초해수욕장과 그 주변에 많은 쓰레기들이 나뒹굴었다. 음료수 캔과 페트병, 종이컵, 폭죽 껍데기, 소주병 등 행락객들의 투기물들이 모래사장과 벤치 옆에 쌓여 미관을 해쳤다. 개장을 이틀 앞둔 4일 오후에는 성수기 해수욕장 관리를 위해 채용된 속초시설관리공단의 아르바이트생 20여 명이 청소를 했고 속초해수욕장은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다. 그러나 평소에 속초해수욕장을 청소하는 미화원들은 “관광 성수기가 아닌 때에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쓰레기가 많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속초시 해양수산과와 환경위생과 관계자들은 “매일 청소와 쓰레기 수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너무 많은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 시장 상인은 “속초에서 관광 진흥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쓰레기 투기와 청소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속초에 대해 나쁜 인상을 줄까 걱정된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광호 객원기자
지역 예술인들과 청호동 주민들이 함께 만든 야외 설치 미술작품 ‘봉인된 시간’의 내부 공간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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