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설악권 서핑활성화사업의 현주소
②해양레포츠 관광활성화의 허와 실
③서핑산업화 합리적 추진 방향성은
동해안에 서핑이 상륙한지 5년이 지난 현재 100억원 이상의 많은 예산이 투입돼 각종 서핑 관련 인프라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예산투입 대비 시너지 효과는 지역브랜드 상승 외 미미한 실정이다.
양양군은 지난 2013년부터 서핑인구가 늘어나면서 43억원을 들여 현남면 죽도지구에 해양종합레포츠센터와 편의시설을 조성한데 이어 최근에는 12억원을 투입해 서핑과 연계한 바다 속 체험센터도 준공하고 문을 열었다. 여기에 매년 양양서핑페스티벌을 비롯해 코로나선셋축제, 서핑체험 등 크고 작은 서핑 관련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죽도지구 어메니티 기본계획 연구용역과 서핑활성화 기본계획 중장기 추진 등 계속 사업비가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서핑산업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고, 지역에 가져다주는 시너지 효과도 적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서핑해변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서핑활성화 밑그림이 체계적이지 못해 예산 또한 일회성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주민들 들러리 신세
매년 서퍼들이 피서철 7~8월 단기간에 서핑해변을 찾는데 그치면서 사계절 서핑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그동안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한 서핑인프라가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41개로 크게 늘어난 서핑 숍만이 단기간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낼 뿐, 지역사회와 주민들은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오히려 피서철에 여름해변마저 서퍼들을 유치하는 서핑 숍들에 내주면서 해수욕장 운영은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서핑을 즐기기 위해 양양이나 고성을 찾은 서퍼들은 서핑해변에만 머물러 지역관광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서핑에만 돈을 쓰고 있어 실질적인 지역경제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지역상인들의 진단이다.
죽도지구 상인들은 “초창기에는 서퍼들이 대거 해변을 찾아와 경기가 살아날 것처럼 분위기가 떴었는데, 실제 서퍼들은 서핑체험료 8만원만 내고 숙박은 텐트를 치거나 야영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상권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더해 매년 질 좋은 해변의 점·사용 건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양양지역은 지난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가 총 59건이었고, 그 중 마을해변 22건을 제외한 37건이 서핑 등 해양레포츠사업에 따른 것이다.
해변의 공유수면 점·사용 기간도 최소 45일에서 최대 1년 6개월까지 연장되고 있는 가운데 임대료는 면적에 따라 공시지가로 받고 있어 해변 점·사용에 따른 개인운영자들만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관광자원인 해변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와 관련,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서핑사업 주체가 민간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예산 또한 이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변마을 주민들은 “모든 예산이 서핑을 하는 서퍼와 숍 중심으로 반영되다보니, 지역주민들은 늘 들러리에 불과하다”며 “서핑 활성화가 지역의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양레포츠 대중화·저변확대 긍정적
그동안 단조로운 피서철 해수욕장으로만 이용되던 동해안의 해변이 서핑 활성화로 해양레포츠 거점으로 새롭게 디자인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존의 남서해안 중심이던 해양레포츠가 서핑을 계기로 동해안으로 북상하고 해양레포츠의 대중화와 저변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 지역 파급효과가 미미하지만, 그나마 서퍼들의 방문으로 영세민박 등 숙박업소들은 과거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져 반기고 있다. 코로나선셋축제도 일부 부작용이 돌출됐지만, 해수욕장 운영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개최되면서 민박과 식당 등 지역상권에 반짝특수를 안겨 주고 있다.
또 청소년들에게 해양레포츠 체험 기회 제공, 플리마켓 운영, 소규모 페스티벌 개최 등도 지역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핑해변을 중심으로 문을 연 퓨전스타일의 맛집도 단조롭고 진부하게 느껴지던 동해안의 먹거리를 다양화하고 있다.
이처럼 서핑활성화 사업의 명암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총체적인 진단을 통해 서핑산업의 방향성을 재정비하고 큰 틀 속에서 구체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해양레포츠 기획전문가들은 “현재의 천편일률적인 서핑활성화 사업은 남서해안의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에 그칠 우려가 큰 만큼, 각 해변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사업이 요구된다”고 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 현남면 죽도해변에 조성된 해양종합레포츠센터. 43억원의 예산을 들인 것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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