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사태 해결 눈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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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논란 촉발 후 10여년 만에 / 속초 출신 황유미 씨 숨지며 공론화

등록날짜 [ 2018년07월30일 10시30분 ]

속초상고(현 설악고) 출신 황유미 씨가 숨지며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던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가 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조정위원회, 삼성전자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조정위원회의 중재에 따르기로 합의하고 서명식을 가졌다.
앞서 18일 조정위원회는 삼성전자와 반올림 양측에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발송했고, 이에 대한 답변 마감일인 21일 삼성전자는 2차 조정안을 내용과 상관없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반올림도 같은 날 조정위원회의 중재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이로써 10년 넘게 끌어오던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
황상기 반올림 교섭단 대표는 24일 합의서 서명식에서 “삼성 직업병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조정위의 구체적인 중재안이 조만간 마련될 예정이다. 조정위는 △질병 보상 규정 및 절차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 방안 등에 대해 중재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번 조정은 9월, 늦어도 10월 중 완전 타결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반올림은 지난 25일 저녁에 ‘농성 마침 문화제’를 열고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노숙농성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이광호 객원기자

(왼쪽부터)황상기 반올림 교섭단 대표, 김지형 조정위원장,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합의서 서명식에서 함께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반올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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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과정
1,000일 넘게 삼성 본사 앞 노숙농성 이어와
삼성전자 직업병 사태는 고 황유미 씨의 죽음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고 황유미 씨는 속초 출신으로 속초상고(현 설악고) 3학년 재학 중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가 1년 반 만에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황 씨는 2007년 3월 6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하던 중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 안에서 숨졌다. 이후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딸의 억울한 죽음이 우리 사회에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운동에 앞장섰고 시민사회에서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결성됐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 삼성전자 산업재해의 실체가 차츰 드러났고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공론이 조성돼 나갔다.
그간 황상기 씨와 반올림의 노력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왔다. 고 황유미 씨 등에 대한 산재 신청은 유미 씨가 죽은 지 2년 후인 2009년 5월에 근로복지공단이 불승인했고 결국 이 사건은 법정으로 갔다. 법정 공방 끝에 서울행정법원은 2011년 6월 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등의 유가족과 직원 2명이 낸 소송에서 유미 씨 등에 대해 산재를 인정했다. 이 판결은 2014년 8월 서울고법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사태는 이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2014년 12월 반올림과 가족대책위(또 다른 피해자 가족 단체)가 함께 참여해 ‘삼성전자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를 구성해 좀 더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논의했다. 조정위는 2015년 7월 조정권고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피해자 보상과 문제 예방을 위해 독립된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에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해 9월 이 조정안을 거부했고, 자체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보상해 나갔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태도는 시민사회로부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등한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조정안을 거부한 후 2015년 10월부터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고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1,000일 넘게 이어왔다.
지난 10년간 삼성 계열사에서 일하다 병에 걸렸다고 반올림에 제보한 피해자는 320명이며 이 중 118명이 사망했다. 반올림이 파악한 바로는 5월말 현재 99명이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는 29명에 불과하다. 이광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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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고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
“안전한 노동환경 만들기 위해 노력”
-이번 합의에 대한 소회는.
△긴 시간 동안 삼성 측에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삼성은 외면했다. 이로 인해 산재 피해자가 더 늘어나서 사태는 더욱 커지게 됐다. 정부의 관리가 부실했고 삼성도 반성의 의지가 없었다. 정부와 회사가 왜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이런 일들로 인해 노동자가 병들고 그들의 가정이 파탄 났다.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도 안전한 사업장이 돼야 한다.
-합의가 번복될 거 같지는 않은가.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 따라서 삼성이 번복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향후 계획은.
△반올림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반올림은 변함없이 노동자 건강권, 노동 현장의 안전, 그리고 노동자의 산재 신청과 법률적 지원을 위해 일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지금처럼 자주 서울에 오가진 않겠지만 이 일들에 계속 동참할 생각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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