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여름이 한뼘 더 시원해졌을까? 속초시가 올해 처음 준비한 ‘속초 수제맥주 축제(Beer Shower)’가 지난 8~11일 3일간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속초해수욕장 정문 일대에서 펼쳐졌다.
축제에는 속초의 크래프트루트, 몽트비어를 비롯해, 더테이블, 아트몬스터, 엠비션, 화수브루어리, 크래머리, 트레비어, 바이젠하우스, 플레이그라운드, 비어포스트가 참여했다. 울산, 고양, 일산, 군포 등 전국 각지의 대표 브루어리다. 지난 6월에 개최한 대전수제맥주 축제 참여 브루어리가 15곳이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수다. 수제맥주 축제는 평소 만나기 힘든 브루어리 고유의 맛과 향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속초 수제맥주축제의 브루어리 참여는 수준과 다양성 측면에서 만족할만했다.
행사장인 속초해수욕장 입구에 들어서자 맥주 공정과정을 설명하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수제맥주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문화로 보여주기 위한 방편인 듯 보였다. 이왕이면 수제맥주에 담긴 세계사적 의미와 수제맥주의 종류도 함께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전국 15개 대표 브루어리 참여
행사장은 단순했다. 오른편으로 부스가 줄지어 섰고 그 앞에 테이블이 마련되었다. 참여 브루어리와 안주부스가 섞여있다. 안주는 아바이순대, 닭강정, 건어물, 새우튀김 등 지역업체가 참여했는데,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해 보였다. 테이블도 마찬가지다. 7시 이후부터는 자리가 쉽게 나지 않아 맥주를 포기하는 피서객도 자주 보였다. 수요 예측이 불가능한 축제 첫해의 시행착오이다.
행사장에서 박용민 씨를 만났다. 그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몽트비어의 조합원이자 속초와 양양에서 고품질 ‘홉’을 재배하고 있다. 그에게 축제 참여 느낌을 물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브루어리가 참여해서 좋았다고 한다. 테이블이나 안주가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 수제맥주 문화의 확산과 피서객을 위한다는 점에서 무료시음과 맥주의 양, 가격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점도 밝힌다.
행사장에 2시간 가량 앉아 3곳의 브루어리 대표 맥주를 마셨다. 청량감을 강조하는 라거맥주에 익숙해서인지 쉽지는 않았다. 풍미가 좋은 과일향과 씁쓸함의 공존은 낯설고 새로웠다.
맥주에 취할 즈음 해변무대에서 락밴드의 음악이 들려온다. 원래 속초의 여름은 청춘의 음악으로 흥겨웠다. 속초 썸머 브레이크(Summer Break)가 해변무대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욱 풍성해졌다. 락밴드와 힙합, EDM, 외국 팝스타까지 속초해변을 시원하게 적셨다. 하지만 수제맥주와 해변무대를 잇는 공간구성이 아쉬웠다. 행사장을 찾은 정은희 씨는 “맥주를 들고 흥겨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스탠딩 테이블이나 일반 테이블이라도 저녁 공연시간에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제맥주와 음악축제의 연계를 위한 행사장 조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료 시음행사의 홍보 부족도 아쉬웠다. 속초지역이 그려진 엽서를 참가자가 최종 완성하여 자택 또는 지인에게 보내는 ‘속초 엽서 완성하여 보내기’, 이번 축제기간 함께 개최되는 썸머 브레이크 등 속초의 여름축제를 SNS에 올리는 ‘속초 여름축제 사진 SNS 홍보하기’에 참여하면 5천원 상당의 수제맥주 300cc 무료 시음권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하지만 첫날은 홍보가 부족하여 참여자가 적었다. 바디페인팅과 타로점집 등의 체험도 있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트게임이나 레크레이션 등의 이벤트가 없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도 많았다.
첫 수제맥주 축제, 묵직한 쓴맛
수제맥주는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새로운 지역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가평은 전국 최초 수제맥주 마을을 강조하며 지역활성화로 접근한다. 홍천은 맥주축제에서 수제맥주가 인기가 좋다는 평가를 받자 새로운 농가소득원을 창출하기 위한 산업으로 접근했다. 오산의 야맥축제는 전통시장 활성화의 차원에서 시작했다. 부산이나 대전 같은 도시는 수제맥주를 제대로 된 축제로 만들었다. 얼리버드 티켓을 미리 판매하고 행사장을 유료화했다.
속초의 수제맥주축제는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까. 올해는 가능성을 가늠할 뿐 지향성은 보기 힘들었다. 여름 속초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어 관광상품이 되고 싶은지, 수제맥주 문화를 확산하고 싶은지 밑그림이 명확해 보이지 않았다.
속초는 지난해부터 수제맥주 양조장이 2곳 생기면서 새로운 맥주문화가 성장하고 있다. 속초시 축제 관계자는 “수제맥주는 커피처럼 현대인의 취향을 대변하는 문화적 현상이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축제를 개최하게 되었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올해 처음 열린 수제맥주 축제는 묵직한 쓴맛이 먼저 다가왔다. 전국의 다양한 브루어리 참여로 고품질의 수제맥주 맛을 즐길 수 있는 행사였지만,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공간구성이나 완성도는 보여주지 못했다. 내년에는 달콤한 과일향의 매력처럼 여름 속초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바란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8 속초 수제맥주 축제 행사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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