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서점투어,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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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8년08월20일 11시26분 ]

“서점이 참 따뜻하네요. 속초에 이런 책방이 있다니 SNS에 굉장히 핫(HOT)해서 꼭 와보고 싶었어요. 문우당서림의 한결같음에 너무 고맙습니다. 책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여러 곳을 친절히 소개해주셔서 고맙고 감사드려요.”
최근에 전국 각지에서 문우당서림을 방문하신 분들이 다녀가시면서 한결같이 해주시는 이야기입니다.
일의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몇 해 전 아내와 아들, 딸과 함께 일본 규슈의 작은 도시를 자유여행하였습니다. 사실 일본 자유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규슈 지역 사가현에 위치한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찾아가 보는 것이 1순위였고, 그다음은 애들이 가자는 대로 움직였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자유여행을 가고자 준비하던 중 구독하던 일간신문에 실린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변신에 대한 기사와 사진을 보고 저기는 꼭 가서 보고 싶다는 것이 나의 여행 일정 맨 위쪽에 자리 잡았고 그 기사를 스크랩한 후 애들과 일정을 맞추어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다케오 시는 일본 규슈지역 사가현에 위치한 인구 약 5만여 명의 소도시입니다. 젊은 히와타시 시장은 당선된 후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시립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민하던 끝에 일본의 유명한 츠타야서점을 운영하는 CCC그룹의 CEO 마스다 무에아키에게 시립도서관 변화와 운영을 의뢰하게 됩니다. 그 결과 침체되었던 시립도서관에 연간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가고 이용한다는 기사를 보고 직접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직접 둘러본 내게는 부러움과 희망을 함께 갖게 한 의미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서관의 개념과는 다르게 도서관과 서점을 결합해서 운영하고 내부에 그 유명한 S커피를 유치해서 이용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신개념의 도서관이었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이용객 편의시설은 물론 모든 것이 이렇게도 이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후 국내의 여러 서점과 책과 관련된 곳을 찾아다니면서 문우당서림의 변신에 도움이 될 각종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딸애의 도움을 얻어가면서 변화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여름 후반, 서울의 대학에 진학해 재학 중 디자인 벤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학업과 취업을 병행하던 딸애와 서울에서 교육컨설팅업체에 근무하는 아들과 대화를 하던 중 우리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의 중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서점 건물의 리모델링과 서점 내부의 리뉴얼 그리고 서점의 활성화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아들과 딸, 아내와 미팅을 시작하였습니다. 여러 번의 미팅을 가지면서 계획이 수립되고 실행에 옮겨지기까지 35년 이상 문우당을 직접 운영한 우리 부부와 애들의 의견에는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어찌 보면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여러 번의 조율을 거친 후, 드디어 작년 11월부터 외관 변경 공사와 내부의 1차 리뉴얼을 약 두 달 반에 걸쳐 마친 뒤 서점의 일상이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03년 임대매장의 소규모 서점이었던 문우당은 새로운 부지를 마련해 자가 매장 만들었고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매장으로 이전하였습니다. 속초에서 변두리였던 곳이라 이전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우려가 많았고 그 우려를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려와 걱정은 기우였고 예상을 뛰어넘는 관심과 실적이 희망을 주었고 지역민들에게 자존감을 주기에 충분한 모습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최근에 와서는 서점이 여러 환경에 맞물려 어려움이 많아졌고, 이때가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할 적기라고 판단하여 그동안 생각했던 리뉴얼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그동안의 속초지역 여행은 다른 지역이 가지지 못한 자연환경을 보는 것과 먹거리를 즐기는 게 전부였고 관광객의 이런 여행 패턴은 여느 도시와 다름없었습니다. 지자체와 지상파방송 그리고 각종 종편 방송의 프로그램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모든 포커스가 이 두 가지에만 집중해서 제작 방송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보다 중장년층의 관광객이 많았고 여행객 대부분은 설악산과 동해 바다를 보거나 운동을 목적으로 속초에 오셔서 해산물과 미디어의 노출로 유명해진 먹거리를 구매하거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여행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던 속초에 뜻하지 않은 서점 투어가 최근에 시작됩니다. 젊은이들과 더불어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이 속초하면 서점을 다녀와서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문우당서림’과 ‘동아서점’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를 겸한 ‘완벽한 날들’이라는 서점이 SNS를 통해서 소개되면서 이젠 서점을 거쳐 가는 것이 여행 스케줄에 당연시하게 포함된 것입니다.
일본 규슈의 소도시 다케오 시립도서관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변화를 위해서는 운영하는 사람의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서점을 시작한 지 35년, 그동안 여러 가지로 운영 방법을 변화시키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경주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었고, 서점 업이 사양업종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칠 때 변화를 주어야 살아남음을 알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올해 저희 문우당서림은 저희도 깜짝 놀랄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굉장히 늘었습니다. 외관의 리모델링이 보는 분들의 관심을 갖게 하고 내부의 1차 리뉴얼이 입소문을 타면서 나름 속초하면 문우당서림을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 일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출판사 사장님의 말씀처럼 책이란 상품은 원래부터 팔기 어려운 물건이라고 합니다. 책을 사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가져야 한다고 하지요. 책을 구매할 돈이 필요하고 구매한 책을 읽을 시간이 필요하고 구매한 책을 이해할 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서점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이겠죠.
최근에는 정부 차원에서 동네 책방 살리기에 온각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환경에 서점인인 우리의 노력이 합쳐진다면 이 작은 속초에서 문우당서림이 관광과 여행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독일 밀레그룹의 CEO 라인하르트 진칸 공동회장의 ‘평판은 책임을 제대로 이행할 때 얻어지는 것’이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문우당서림이 감동을 주는 서점으로,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서점으로, 좋은 평판을 듣는 서점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문우당서림은 책을 판매하는 본연의 일과 함께 지역민과 함께 만드는 문화의 공간으로, 작지만 문화의 갈증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작은 역할을 지속하도록 열정과 성의를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어느 고객님께서 서점을 다녀가시면서 주신 메모가 우리 문우당서림의 목표입니다.
문우당서림. 사람이 모여 문화가 되는 곳.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점투어,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이민호
문우당서림 대표

설악신문 기자 (soraknews@sora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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