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속초 관광, 양적성장에서 질적관광으로
2. 새로운 관광수요를 위한 트렌디한 콘텐츠의 개발
3. 도시재생에서 찾는 도시관광의 가능성
4. 지역을 닮은 관광, 사회적경제와 만나다
5. 인문관광으로 만나는 속초, 작은 서점 이야기
6. 지속가능한 실향민 문화를 위한 에코뮤지엄
7. 축제와 마이스(MICE)를 통한 관광산업의 재편
8. 특별대담 : 4차혁명과 관광, 백년 후 속초를 위해
인공지능 ‘알파고’와 AR게임 ‘포켓몬고’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일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직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개념이지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융합적 성격, 사물지능과 초연결성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고 경쟁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관광분야에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하는 웹진 <문화관광> 2017년 3월호는 <4차 산업혁명과 관광산업의 미래>를 이달의 이슈로 다뤘다. 이 글에서 관광분야의 주요 변화는 플랫폼 경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동화를 꼽았다. 플랫폼 경제는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교통서비스 ‘우버’, 여행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를 예로 들었다. 사물인터넷은 ‘파킹플렉스’ 앱으로 관광지 주차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북촌 한옥마을 사례를 다뤘다. 빅데이터는 외국인 관광객 신용카드 소비패턴 분석으로 관광상품 개발에 활용한 사례를 제시했다.
올해 초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이중 스마트 도시형이 눈에 띈다. 2000년대 초 U시티가 인프라 조성의 한계에 머물렀다면 스마트 도시는 지역의 문제를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관광도시 속초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은 속초에 어떤 미래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권순석 문화컨실팅 바라 대표에게 4차 산업혁명과 관광, 관광도시 속초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권 대표는 ‘문화’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문화기획자이다. 지난해부터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강원도 권역 PM으로 활동하면서 속초의 문화적 특성을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지난해 관광10선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강릉의 ‘명주애가’는 테블릿 영상과 지역의 이야기가 결합한 새로운 마을여행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았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 처음 이 사업을 기획한 계기는 강릉 명주동이 가지고 있는 인문 자원의 매력 때문이었다. 마을을 관통하는 강릉 대도호부 관아 성터와 봉봉방앗간, 명주 사랑채 그리고 소극장 ‘단’ 등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이 많은 것도 매력이었고 무엇보다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주민들은 나름 명주동 설명서도 만들고 마을 축제도 열며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한계도 있었다. 또 하나는 만약 많은 방문객들이 찾게 된다면 주민의 삶은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이었다. 좋은 자원을 방문객이나 여행객과 나누되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는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조용한 여행’ 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IT기술을 접목해 보기로 했다. 마을의 자원을 소재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마을 전역을 무대로 활용하는 극을 만들어 영상으로 담았다. 방문객은 태블릿과 무선 골전도 헤드폰을 이용해 마을의 이야기를 개인화된 체험으로 제공받게 된다. 누구나 편한 시간에 찾아와 손에는 태블릿을 들고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미디어 트래킹이 시작된 것이다.
- 과거 동해문화원의 논골담길 조성 컨설팅에서 QR코드를 활용하라는 컨설팅을 하는 등 정보통신의 변화와 문화적 활용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권 대표가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
△거창하게 4차 산업혁명까지 이야기 할 주제는 못되지만 굳이 이야기 하자면 융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아닐까 싶다.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미디어를 활용해 인문적 가치를 담아 더 많은 대중과 만나게 해줌으로써 여러 가치를 창출해 내는 뭐 그런거 아닐까? 논골담길의 경우에는 마을의 어르신이 직접 전해주는 이야기가 핵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어르신들은 언젠가는 돌아가실 것이고 그러고 나면 박제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지금의 모습을 담아 10년 후, 100년 후에도 생생하게 전달할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치를 발견하고 기술과 접목하여 그 가치를 유지시키고 나아가 발전시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아닐까?
- 지난해부터 속초를 자주 방문하면서 문화적 특징과 한계 등을 함께 보고 있는 것 같다. 속초문화의 장점과 아쉬움 점은 무엇인가.
△ 속초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같은 동해안에 백두대간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다른 도시도 있지만 속초만의 매력은 생생한 삶의 터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오며 속초 역사의 한 뿌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향민의 애절한 삶도 매력적이고 거친 자연조건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뱃사람의 역사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삼대를 이어온 칠성 조선소가 속초 고유의 근현대 삶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예쁘게 포장된 도시의 모습이 아닌 생생한 삶터로서 땀이 배어 있는 속초의 모습, 속초관광수산시장이 그렇고 청호동 아바이마을이 그렇다. 여기에 동아서점이나 문우당같은 서점이 치열한 삶의 휴식처럼 인문활동의 거점이 되어준 것도 속초의 오늘을 돋보이게 한다. 울산에서 금강산으로 향하다 속초에 정착한 울산바위 설화는 어떤가. 디아스포라의 상징이 되어 속초 실향민 이야기와 연결되면 새로운 상상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속초라는 삶터에 다양한 흔적을 내며 켜켜이 쌓여온 속초만의 터무늬가 바로 속초의 매력이다. 반면 아쉬운 점은 이러한 속초의 매력적인 자원이 관광 등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쓰임새가 약하다는 점이다. 여전히 설악산과 동해바다라는 자연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다. 이미 속초에 있는 훌륭한 인문자원을 자연과 결합한 지역 고유의 콘텐츠로 만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으로의 속초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의 변화,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통해 속초관광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마케팅 도구로써의 플랫폼이나 각종 공유 서비스 그리고 개인화된 미디어 환경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활용의 문제이다. 결국 플랫폼을 이용해 유통시킬 콘텐츠가 필요한 시대이다. 앞서 이야기한 속초의 훌륭한 자원을 활용하여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미래, 아니 이미 관광은 개인화되어 있으며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서 좀 더 디테일하고 감동적인 콘텐츠를 요구하게 된다. 있는 자원을 잘 연결하고 꿰어내면 될 일이다. 인문자원을 아카이빙하고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드는 일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럴 때 러시아와 일본을 연결하는 환태평양 문화도시 속초가 완성될 수 있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테마여행 10선 강원도 권역 PM 권순석 대표.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하여 지역의 가치를 콘텐츠로 만드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드라마틱 미디어트래킹 ‘명주애가’는 명주동 방문객이 태블릿 영상으로 명주동의 이야기를 새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은 지역의 가치와 미디어의 융합을 통해 관광자원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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