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 화백은 2011년부터 국제적인 아트 페어에 지속적으로 출품하고 있다. 아트 페어 참가 초기부터 그의 그림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때는 아직 해외에서 인지도가 쌓이지 못해 그림을 사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작품이 해외 아트 페어에서 처음으로 팔린 것은 2013년 아트 파리(Art Paris Art Fair)에서의 일이다. 꾸준한 출품이 미술 애호가들에게 신뢰를 쌓은 결과였다. 아트 파리 첫날 VIP만 초대된 날이었다. 그날 그는 아트 페어 현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있었는데 개장 2시간 만에 관계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의 그림이 다 팔렸다는 전화였다. 개장하자마자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에 몰려들었고 전시된 그림 3점이 30분 만에 모두 팔렸다. 그리고 창고에 있던 그림을 가지고 와서 꺼내려는데 한 사람은 그걸 보자마자 사갔다. 그의 그림을 이전부터 눈여겨보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행동이었다. 그렇게 그는 첫날 가지고 간 5점의 그림을 2시간 만에 다 팔았다.
작가는 이를 기적이라 느꼈다. 한 점도 팔리지 않던 그림이 무언가에 홀린 듯 매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 아트 페어 준비를 위해 몇 년 동안 수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노력을 경주했다. 그런데 그제야 비로소 보상을 받았다. 같이 간 작가들 중에는 현지 반응이 좋지 못한 사람도 있어 그는 그날 표정 관리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드디어 ‘장원급제’했다고 들뜬 마음으로 얘기했다.
그 이후 이동수 화백은 해외 유명 아트 페어에서 꾸준히 호평을 받으며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2013년 아트 파리에서의 일이 어쩌다가 일어난, 우연 같은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역 인사의 든든한 후원
그가 여기에 오기까지 그의 아이디어와 부단한 노력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의 아내가 아동미술교육에 나서서 이동수 화백을 뒷받침한 것은 그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작가를 후원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만 한다.
이동수 작가는 그의 성공을 예상한 미술계 인사들의 권유로 해외 아트 페어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외 아트 페어 참가를 위해서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비용부담이 만만하지 않았다. 유럽까지 가는 비행기 표만 해도 그 가격이 결코 가볍지 않고 여기에 참가비용 등이 더해지면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렵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한 번 참가로 인지도를 쌓을 수 없기에 여러 번 나가다 보면 비용이 금세 수천만 원을 넘긴다.
그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지역에서 후원회를 조직했다. 처음 시작할 때 서울 지인들은 서울에서도 쉽지 않는데 지방에서 그게 되겠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우리 지역에서 2011년부터 4년 동안 지역 인사들의 든든한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속초, 고성, 양양, 그리고 서울에서, 지역 작가를 지원하는 손길이 더해졌다. 속초 청학동 현대치과 원창덕 원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고 스무 명 정도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적게는 월 10만원부터 사람들의 정성이 모였다. 후원이 이뤄진 지 2년이 지나서 후원을 마무리하려는데 기분 좋은 사건이 벌어졌다. 후원자들이 먼저 2년 더 후원을 하자고 권했고 그렇게 후원은 총 4년 동안 진행됐다.
지역민들의 후원은 단순히 얼마의 돈이 아니었다. 작가가 긴장을 놓지 않도록 하는 건전한 자극제였다. 지역 인사들이 자신을 믿고 후원을 했는데 이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의 성과가 절실했다. 작가는 끈기 있게 도전했고 2013년 아트 파리에서 마침내 가시적인 성취를 이뤄냈다.
지역 인사들이 힘을 보태지 않았다면 그의 성과는 아마 없었을지 모른다. 이동수 작가는 간절한 표정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후원자들을 위한 행사를 이전에도 한 바 있지만 앞으로 또 한 번의 기념회를 생각하고 있다. 현재 작가가 머무는 양양 작업실 겸 집이 조금씩 개축되고 있는데 향후 이것이 마무리되면 후원자들과 기념파티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작가의 눈, 해외를 향하다
작가는 앞으로 해외 활동을 더 늘릴 생각이다. 이 화백은 올해 6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고 향후 파리에서 개인전을 할 계획을 세워뒀다. 해외에서 그림 구입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에 작가의 해외 활동 전망은 밝다.
작가는 지금까지 해외에 판 작품이 수십 점 정도이다. 다년간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도 안 되는 이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 좋은 성적이다. 그러나 이 화백은 아직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한 2,000점 정도 팔아야 국제적인 화가가 될 수 있지요.” 작가가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그 말은 사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동수 화백은 해외 미술시장에서 한국적인 것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한국의 그림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감성을 담되 우리만의 관점에만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인정을 받는 화가라도 해외의 기준은 다르기에 그들의 감각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트렌드를 뒤쫓기만 해서는 안 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동수 화백이 왜 요즘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지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이동수 화백은 유화를 그리는 서양화가이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소재는 동양적인 그릇이다. 아득한 느낌을 전하는 그의 그림은 독특한 개성을 발한다. 또한 그는 국내에서 가만히 앉아서 국제적인 인정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활발하게 해외로 나가서 우리의 미술을 알리고 있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작가의 해외 아트 페어 참가 경력이 국내 전시 횟수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해외에서 얼마나 인정받느냐로 예술적 가치를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참고는 할 수 있다. 국내를 넘어 다양한 나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그는 해외에서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일들을 해낼지도 모른다. 강원도 양양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미술가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해외 아트페어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동수 작가.
2015년 2월 아트 스테이지 싱가폴에서 이동수 작가의 작품을 구입한 프랑스인들.
<Flow – Bowl>(2015) 80.3cm × 116.8cm oil on canvas.
올해 중국 상하이 개인전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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